최근 친구 녀석의 추천으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아비정전을 감상했는데 처음에는 대사와 분위기가 좋았지만 결말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러닝 타임이 긴 영화를 후반부터 억지로 줄인듯한 모습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원래 2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지만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는 많은 비판을 받고 흥행에 실패했지만 지금은 특유의 분위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명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은 마음에 들지만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보니 가볍게 보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1. 초반
아비(장국영)는 도박장의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는 수리진(장만옥)을 찾아가서 그녀를 유혹하고 결국 동거를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사이까지 발전한다.
두 사람이 만난 지 오래된 시점에 수리진은 자신의 사촌이 곧 결혼을 한다고 말하는데 그는 깊은 관계까지 발전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묻는 그녀에게 귀찮은 듯 거절하는 아비의 모습을 보면서 수리진은 다시는 그와 만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그가 깊은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 친모에게 버려지고 양어머니에게 키워지면서 가족에 대한 애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양어머니는 매년 그의 친모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비에게 물질적인 도움은 주지만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비는 사랑에 굶주려 있었지만 자신을 버린 친엄마와 젊은 남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양어머니를 보며 마음 한구석을 채우지 못했다.
아비는 수리진과 헤어진 다음 댄서로 일하는 루루(유가령)을 만나서 사랑을 나눴지만 가벼운 성격인 그녀를 쉽게 질려 하고 결국 이별을 선택한다.
영화 초반에 장국영이 맘보 댄스를 추는 명장면이 나오는데 기쁨의 춤이 아니라 사랑을 믿지 못하는 공허함을 뜻하는 것이었다니 놀랍다.
2. 중반
아비의 양어머니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으며 최근 노신사가 자신과 함께 미국을 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을 정말로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가 잘해주기 때문에 함께 미국에 가서 평생을 보낼 거라고 말한다.
그러고는 원하면 함께 가자고 말하는데 아비는 가지 말고 자신의 옆에 있으라고 하다가 대화가 통하지 않자 자신의 친모를 찾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는 어머니를 찾으러 필리핀에 갔지만 거절당했고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못하는 상황이 화가 나서 그대로 뒤돌아서 돌아선다.
술에 만취한 아비는 길거리에서 몸을 팔던 여자에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수리진에게 잠시 호감을 가졌던 경찰관 유덕화의 눈에 띈다.
그렇게 유덕화의 숙소에서 쉬게 된 아비는 대화를 하면서 두 사람이 홍콩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까워지는데 아침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
돈이 없어서 위조된 여권을 강탈하려던 아비가 조직원을 칼로 찌르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유덕화는 그를 구하려고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
3. 후반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성공한 두 사람은 기차에 탑승하고 유덕화는 아비에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어보는데 아비는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다리 없는 새라고 말하는 아비에게 유덕화는 그건 순진한 여자에게나 통하는 작업 멘트라고 말하며 한번 날아보라고 비꼰다.
그고는 다음 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비는 여권을 위조해주는 사람과 동료로 보이는 사람에게 총을 맞는다.
이후 자신의 양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자신을 입양해서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매달 미화 50불씩을 받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죽어가는 아비는 유덕화가 호감을 가졌던 여자가 수리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만약 그녀를 만나게 되면 모두 잊었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유덕화는 다시 만나게 된다고 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답변하는데 아비의 모습을 보니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발이 없는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는데 이 새가 땅에 내려앉을 때는 단 한 번 죽는 날이다.
4. 결말
아비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루루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찾기 위해서 혼자 필리핀을 돌아다니며 홍콩 사람들을 만나는 듯하다.
수리진은 계속 매표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잠시 신문을 보다가 매표소 문을 닫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등장인물이 좁은 집에서 지내는 모습은 고립되고 외로운 마음을 반영하며 자주 나오는 시계는 짧은 시간의 추억을 간직하고 회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전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양조위가 천장이 낮은 방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와 옷매무새를 만지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가 끝난다.
아비를 사랑했지만 버림받은 두 명의 여자, 그리고 그녀들을 짝사랑했던 유덕화와 장학우 영화에 모든 사람들은 사랑을 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한다.
상대방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슬퍼할 뿐이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발 없는 새처럼 아비는 사랑을 찾아서 날아다녔지만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불행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는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에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불행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제작 비화를 보면 영화의 줄거리는 감독과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고 최종본도 영화가 상영되기 5시간 전에 나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비정전은 2부작으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다음 편에서 아비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이 등장할 예정이었지만 후속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미완성 작품으로 영화의 스토리와 결말을 이해하기보다는 등장인물의 연기력과 감정선 위주로 감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